제가 본과 1학년으로 올라갈 때, 당시 본과 2학년 선배님이 대대로 내려오는 공부비법을 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오색 형광펜을 준비합니다.
- 각 챕터마다 대제목과 소제목을 다른 색으로 칠합니다. 즉, 큰제목은 보라색, 그아래 소제목은 파란색 이런 식으로 각제목을 칠합니다.
- 신경은 노랑색, 혈관은 빨간색, 근육은 초록색등으로, 같은 개념을 같은 색으로 칠합니다.
당시 전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라는것이 고작 형광펜을 칠하는 것이라는 것에 실망하였습니다. 또한 괜히 책에 색을 칠하는 것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생각했기에, 별로 귀담아듣지 않고, 제 마음대로 줄 긋고 색칠을 했습니다.
하지만 골학이 끝나고 한달쯤뒤에 책을 다시 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형광펜이 너무 엉망진창으로 칠해져 있어서 책의 내용을 읽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으로 통해서 저는 공부를 할때 책을 예쁘게 정리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리의 핵심은 수려한 필기가 아니라, 지식의 계층구조를 나누는 것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형광펜으로 책을 정리해야하는 이유와, 정리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이 글은 이윤규변호사님의 구조화 독서법을 참고해서 의학에 적용한 것입니다. 관심있으시면 영상을 보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책이 통째로 외워지는 신기한 경험, 준비되셨나요? (구조화 독서법) | 이윤규 공부법
지식에도 위아래가 있다.
형광펜은 지식의 위계질서를 잡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이윤규 변호사님은 이것을 leveling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의대에서는 이것을 '가계를 잡는다'라고 말합니다.
모두 지칭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즉, 지식의 위아래를 정하는 것입니다. 개념 중에서 대집합에 속하는 것과 부분집합에 속하는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뉴런의 작동방식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식의 위계질서를 잡아야하는 이유를 뉴런의 작동방식에 빗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당신의 뉴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뉴런이 발화하면, 그 뉴런과 연결된 뉴런이 발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당신의 첫번째 뉴런이 어떤 물체에 대해서 동물, 식물, 사물인지에 대해서 먼저 파악하고 난 뒤에, 두 번째 뉴런이 그 동물이 강아지, 고양이, 송아지 중에 하나인지에 대해서 파악하게 됩니다.
즉, 상위 계층의 기억을 불러오고, 그 하위 계층의 기억을 불러오는것이 기억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따라서 공부를 시작할때에 개념의 위치를 정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학 공부란 개념의 위치를 공부하는것
지식의 위계질서를 잡는 것은 개념들이 머릿속에 위치하는 장소를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번 위치를 정해놓고 나면, 새로운 지식을 배울 때마다 해당하는 장소에 둠으로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분비학을 공부할 때 다음과 같이 위계질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계상 같은 레벨에 있는 개념들은 같은 형광색으로 색칠하면 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이 posterior pituitary의 하위 개념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개념들은 앞선 개념들보다 하위 계층에 위치하므로 다른 색의 형광펜으로 칠해줍니다.
이 작업을 기본서의 모든 챕터의 제목들에다가 하는 것이 지식의 위계질서를 잡는 단계입니다.
글이 아닌 이미지로 책 읽기
형광펜 사용하는 공부법은 처음 듣는다면 너무 간단한 개념이기 때문에 무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뇌는 위계질서 있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 더 익숙하고, 또한 이미지화 해서 이해하는것에 익숙합니다. 반드시 형광펜을 사용하셔서 글이 아닌 이미지로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이 개념은 이윤규 변호사님 유튜브 채널의 '구조화 독서법'에서도 잘 설명되어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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