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치는 법을 알고 싶으신가요? 돈과 시간을 펑펑쓰면서 성적은 바닥을 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다음의 방법을 따라하면 됩니다.
1. 시험준비 기간은 길수록 좋습니다.
공부할 자료도 많을수록 좋습니다. 인터넷검색에서 추천하는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사십시오. 원서부터, 교과서까지 모조리 모으십시오! 책에 형광펜으로 칠하십시오. 단, 모든 글씨를 다 알록달록하게 하십시오! 하나라도 놓쳐선 안됩니다.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형광펜을 잘못 칠했다면 화이트로 지우십시오. 그리고 그위에 글씨를 다시 쓰고, 형광펜을 덧칠하십시오. 종이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형광펜을 치십시오. 책은 당신의 예술작품입니다!
2. 문제를 풀고 틀린문제는 기분나쁘니 그냥 넘어가십시오.
맞춘 문제는 계속 풀고, 틀린문제는 영영 잊어버리십시오!
3. 유명한 강의는 모조리 다 결제해서 들으십시오. 추천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노트를 만드십시오. 당신이 10분 생각할 시간에 강의를 10시간씩 들으십시오!
어떠십니까? 설마 이렇게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 않으십니까?
놀랍게도 위의 방법은 제가 USMLE를 준비하면서 모두 직접 경험한 일들입니다.
저는 '가장 효율적으로 높은 시험 성적 받기' 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위해 한 제 행동은 '가장 낮은 효율로 낮은 성적 받기'라는 목적지로 향해 있었습니다.
전 USMLE step 1, 2CK까지 시험을 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전 여기서 시험을 잘 치는 비법이나, 아무도 모르는 지식을 말하려고 하는것은 아닙니다. 단지 고통스러웠던 실수들을 공유해 방지하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험 잘 쳤냐?' 라는 말에 '잘쳤다'라고 솔직하게 말할수있을까요?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블로그등, 조금만 검색해봐도 날고 기는 사람들이 넘칩니다.
시험을 잘쳤다라는말부터 정의를 해야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시험을 '잘'쳤다는 것일까요? 고득점한 사람일까요, 최연소 합격자일까요? 아니면 최소한의 기간에 합격한 사람일까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여기서 효율적인 공부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싶습니다. 즉, '최소한의 시간을 가지고, 목표 점수를 획득한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런 공부법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제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부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간만 많이 투자하면 성적이 좋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었습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공부하고, 남들이 쉬는시간에 공부를 하면 앞서나가는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저의 방법은 잘못되었다는것을 느끼기 생각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3가지 제가 고쳐야 했던점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시험 준비기간을 정해라.
1년이든, 6개월이든, 1달이든, 일단 기간을 정해야 거기에 맞춰서 공부를 할수 있습니다. 목표가 없으면 행동을 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결과에 대한 걱정이 생기더라도, 계획부터 세워야 합니다.
이를 정리한것이 파킨슨의 법칙: 일은 그것에 지정한 시간에 맞춰서 늘어난다는 법칙입니다. 즉, 마감시간을 늘릴수록,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시험을 준비할수있는 최소한의 시간 그 이상을 투자하는것은 낭비입니다. 공부는 시험시간에 임박해서 효율이 극도로 상승합니다!
저도 이 사실은 시험 치기전에 알았지만, 실천하지않았습니다. 결국 2년동안 시험을 하게 되었고, 하면 할수록 좌절과 고통을 느낄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을 줄이는것이 결국 정신건강에도, 성적에도 좋습니다.
둘째, 틀린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라
공부법의 효율을 연구한 논문들 중에서, 책을 반복해서 읽는것과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것의 성적을 비교했을때, 문제를 푸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성적이 올랐지만,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고해서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조언을 따랐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것이 굉장히 지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만 공부하면 되는데 그것을 다시 다 읽는다는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문제만 주구장창 풀던 저의 성적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저의 문제점은 틀린문제를 해설을 읽고만 넘어갔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맞은이유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왜 틀렸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틀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틀린문제를 공부하는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식의 저주입니다. 지식의 저주란 제가 문제를 풀고 매기는 순간 제가 '틀렸다는것'과 그 문제의 '답'을 알게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푸는 과정의 문제점을 볼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틀린문제를 보게 되면 답부터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틀린문제는 반드시 일정 시간이 지난뒤 다시 풀어볼수있게 답 체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결과를 보는것이 아니라 어떤 사고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틀렸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전체맥락을 재구성하라
저는 수없이 명쾌하고 단 하나로 정리할수있는 책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습니다. 뛰어난 선생님들의 정리가 잘못되었다는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머리속은 저의 머리가 아닙니다. 정보를 구조화하는것은 저의 뇌이기 때문에 제가 기억하기 쉬운 방법으로 정리해야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머리속으로 정리를 재구성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재구성 할때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본서의 목차를 활용하는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라면, 목차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이런식으로 나뉩니다. 구조를 나누는것 자체가 공부입니다. 왜 이렇게 나누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해될때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하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저는 책의 목차구조가 이해되지 않아서 고민을 한 적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고민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고민이야 말로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공부였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푼 문제가 목차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생각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라는 귀가 닳도록 들은 클리셰가 죽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항상 숲을 보아야 합니다. 문제를 푸는것이 숲의 가장 기본단위인 나무를 보는것이라면, 그 문제에서 묻는 내용이 전체 구조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하는것이 숲을 보는것입니다.
결국 공부란 숲과 나무를 순서대로 계속해서 보는것을 뜻합니다. 다만 처음 시작할때는 숲은 먼저 보는것이 이해해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나무를 먼저 보고 숲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큰그림과, 작은그림, 두가지가 있다는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길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의 이런 비효율적인 공부방법을 극복할수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고민해본결과, 이런 경향을 보상하는 방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youtube에서도 영향을 받았지만, 이윤규변호사님의 공부법강의에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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