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시절 저는 공부를 잘 못했습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암기가 되지 않는 성격이어서 의학공부가 어려웠습니다. 병의 진단과 치료들은 신비로운 임상적인 경험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암기할 수밖에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공부가 재미가 없었고, 성적은 점점 떨어졌습니다. 저의 본과 4년 평균등급은 4등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공부를 계속 하면서 의학이란 학문의 특징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의학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전공의 시험에서 47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의학이란 본질적으로 환자에 대한 관심입니다.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으로 공부를 한다면 의학을 잘 이해할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
뇌를 컴퓨터처럼 사용하는 방법은 이윤규 변호사님의 구조화 독서법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자세히 알고싶으신 분은 그 영상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책이 통째로 외워지는 신기한 경험, 준비되셨나요? (구조화 독서법) | 이윤규 공부법
연역법 vs 귀납법
의학은 본질적으로 임상에서 진료를 보는 과정입니다. 즉 연역법이 아니라 귀납법을 따르게 됩니다. 즉, 수학같이 원리로부터 출발해서 현상을 설명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현상으로부터 시작해서 원리를 알아내가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서 염증이 생기면 열이 난다는 원리를 먼저 알고나서, 이것이 적용되는 것이 어디인가 알아봤더니 폐렴 환자를 치료하게 된 것이 아니라, 열과 기침이 동반된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 원인을 찾다 보니 열을 일으키는 염증물질의 존재를 알게 되는 과정이란 것입니다.
의학이란 진료과정
의학공부 중 문제를 푸는 과정은 진료를 볼때 감별진단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를 진료할 때는 증상에 대한 감별진단을 떠올려야 합니다. 즉 환자의 증상을 듣고 (Input) 그 지문 또는 환자에게 해당되는 진단 (output)을 떠올리기 위한 알고리즘(image)을 머릿속에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료의 3단계
의학이라는 학문은 결국 환자의 증상으로 부터 시작해서 그 증상이 발생하는 병태생리를 구분하고, 병태생리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고, 내린 진단을 토대로 치료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것은 크게 3가지 과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증상으로부터 병태생리를 알아내는 과정
2. 병태생리로부터 진단을 알아내는 과정
3. 진단으로부터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
본과 시절 각 단계를 1,2, 3학년에 나누어서 배웁니다. 미국 의사시험인 USMLE는 이 3 과정을 나누어서 Step 1, 2, 3로 시험을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학이라는 학문의 모든 부분이 연결됩니다.
머릿속 폴더 만들기
내과, 호흡곤란에 대해서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왔을 때,
1. 심장
2. 폐
3. 혈액
이렇게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는 병태생리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기억을 일종의 컴퓨터 파일로 만드는 과정과 같습니다. 즉, '호흡곤란'이라는 파일을 누르면 그 하위 파일에 '심장', '폐', '혈액' 파일이 나오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각 장기들에 대해서 감별진단
1. Heart: heart failure, arrhythmia, myocardial infarction, etc
2. Lung: pneumonia, pneumothorax, pleural effusion, etc
3. Blood: anemia, CO intoxication, etc
등을 떠올리고 또 각각 진단명에 대해서 치료방법을 떠올리는 것이 진료를 하는 과정이고, 의학공부의 과정입니다.
결론
의학을 공부하는 것은 진료과정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진료과정은 증상으로 시작해서 치료까지의 과정을 질서 있게 유추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신의 뇌에 일종의 위계질서가 잡히게 됩니다. 의학 공부는 당신의 뇌에 위계질서를 이루는 폴더들을 차곡차곡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뇌를 컴퓨터처럼 사용하면서 진정한 의학의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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